PC방 불황, 원인은 커피전문점????

Posted by Ashlie
2011. 10. 18. 11:28 etc

 


PC방은 국내 온라인 게임 업계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온라인 게임들을 분석하기 위한 여러 지표와 데이터, 유저 성향 등을 관찰하고 수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며 업체들의 매출에 적지 않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한 축이다.

또 특별한 기술없이 창업을 할 수 있는 업종이기 때문에 은근히 실업 해소와 고용 창출에도 도움을 준다. 과거 한국의 아픔 역사인 IMF 시절에도 PC방은 다양한 연령층의 실직자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그런데 최근 PC방 업주들은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너무 힘들다고.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체감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실제로 동네 PC방이 계속해서 줄어 들고 있음을 눈으로 검증할 수 있었으며 PC방을 총판 혹은 관리하는 업체 관계자들까지 최근 숫자가 많이 줄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추세로 가면 한때 2만 여 개를 헤아리던 PC방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고 한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PC방이 점점 줄어드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현실적인 지적은 커피 전문점이다. 얼핏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치명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 전문점은 약 20년 전부터 국내에 정식으로 등장했다. 다방과 격을 달리하고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시도됐는데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커피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신세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단숨에 고공 질주하게 됐다.

커피 전문점이 PC방을 위협하기 시작한 기점은 와이파이의 전면적인 보급과 맞물린다. 커피 전문점이 단지 친구를 만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소가 될 때에도 PC방과 색깔을 달리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시대가 갑자기 도래하고 짜투리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여러 가지 컨텐츠가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사람들은 혼자놀이에 적응하게 됐다.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 넷북 등을 가장 편안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커피 전문점이 부상했는데, 이곳에서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자 이러한 경향은 순식간에 보편화됐다.

결국 PC방을 가끔 찾았던 라이트 유저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커피 전문점으로 향하기 시작 했다. 빠른 인터넷을 가장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PC방의 장점이, 커피 한잔만 시키면 마음놓고 자신의 기기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커피 전문점 보다 훨씬 뒤처졌던 셈이다.

또 우중충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PC방과 달리 쾌적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커피 전문점은 게임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회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준다.

탐앤탐스에서 노트북을 열고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과 PC방에서 동일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단지 PC방을 가지 않는 자체로도 부정적 이미지에서 자신만은 탈피할 수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셧다운제, 전면금연제 등이 PC방의 발목을 잡으려고 한다. 밀어주고 끌어줘도 시원찮을 판에 규제만 계속해서 증가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PC방 업계의 노력이 가장 절실하다. 일부를 제외하면 PC방은 마치 동굴처럼 어둡고 침침하다. 밝고 깨끗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갖춘 곳을 찾기란 매우 힘들다. 불친절한 서비스 정신은 물론이고 컴퓨터와 게임에 대해 무지에 가까울 정도로 무관심한 업주들 또한 반성해야 한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유저들을 다시 모을 수 있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효과가 나타난다면 가격이 다소 비싸도 유저들은 호응하게 마련이다.

하드웨어 사양만 좋으면 끝이 아니다. PC방은 엄연히 서비스 업종이라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폐업 신고를 하기 전에 커피 전문점 보다 매력적인 장소가 되기 위한 노력부터 해 봤는지 묻고 싶다.